5명 중 1명,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은 청소년의 비율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프랜시스 잰슨과 에이미 앨리스의 저서 “10대의 뇌”에 의하면 10대의 2~9% 정도는 불안장애를 앓고 있으며 20~30%가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다고 한다. 즉 청소년 정신질환은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다루어야 할 비교적 보편적인 질병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청소년 스스로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다고 도움을 요청하면 상당수의 어른들은 “누구나 겪는 성장통”, “10대 본인의 의지의 문제”인 것처럼 가볍게 취급한다. 청소년 정신질환이 범죄를 저지르는 비행 청소년이나 오랫동안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같은 특수한 사람에게만 생긴다는 인식이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크나큰 문제이다.
청소년 정신질환자는 일반 성인보다 그 질환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즉 10대 시기에 정신질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평생 그 질병을 앓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 시기에 치료를 잘 받으면 성인 정신질환보다 쉽게 개선될 수 있기에 국민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서는 청소년 정신질환에 대한 대처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 게다가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성인 환자보다 자살 위험이 30배가 높다는 통계처럼, 청소년 정신질환이 청소년 자살이라는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에 우리 사회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사회는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 있어 너무나 취약하다. 특히 청소년 정신질환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기에 이에 대한 가시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은 생명과학, 뇌과학의 눈으로 청소년 정신건강을 들여다보며 10대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또 10대 스스로가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이 글이 10대 정신질환 환자에게는 조그마한 위로가 되고, 10대 환자의 친구에게는 주변의 아파하는 친구에게 손 내밀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며, 어른들에게는 10대 환자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신질환에는 무엇이 있을까
정신질환에는 기분장애, 불안장애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사실 ‘장애’라는 말을 보면 평생 안고 가야 할 질병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영어의 ‘disability’와 ‘disorder’를 똑같이 장애라고 표기해서 생긴 혼선이다. 물론 정신질환 중에서 완치되지 못하고 평생 안고 가야 할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자폐증 등과 같은 질병은 disability의 정신장애라고 볼 수 있으며 이 경우 실제로 장애인 복지법에 의해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정신질환은 치료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정신질환 이름의 ‘장애’는 정서나 행동에서 어려움을 겪는 병이라는 뜻의 disorder를 의미한다.
기분장애, 불안장애 말고도 정신질환에는 여러 범주가 존재한다. 섭식장애, 망상장애, 성격장애, 적응장애(외상후스트레스 장애),조현병 등이다. 섭식장애에는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거식증, 한번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는 폭식증 등이 있다. 이러한 섭식장애, 특히 거식증은 몸에 제대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없게 만들어 몸 여러 기관에 문제를 일으키며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에 심각한 질병이다.

망상장애는 현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질환으로 피해망상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러한 망상장애와 조현병은 혼동되기 쉬운데 조현병은 그 정도에 따라 비교적 경증인 경우 조현성 성격장애라고 하며 비교적 심각한 경우 조현 정동장애라고 한다. 조현병은 환각을 보고 망상 증상을 보이는 질병인데 아직까지도 학계에서는 그 개념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한다.
성격 장애는 본인이 속한 집단의 문화에 맞지 않는 생각과 행동을 지속적으로 나타내는 질환인데 일명 ‘일탈’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조현성 성격장애 뿐만 아니라 반사회적 인격장애, 경계선 인격장애 등 여러 종류가 존재한다. PTS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대표되는 적응장애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주는 사건을 원인으로 일어나는 정신질환이다.

이렇듯 정신 질환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렇지만 오늘은 청소년 정신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분장애와 불안장애에 대해 주로 다룰 것이다. 기분장애는 오랜 기간 지속되는 불편한 기분에 의해 고통을 받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질환으로 우울증과 조증, 양극성 장애가 있다. 우울증은 우울감, 무기력함, 의욕의 저하 등 부정적인 감정이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고 조증은 지나치게 들뜨거나 흥분된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이다. 보통은 조증이 순수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며 극단적으로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되는 조울증, 양극성장애가 더 일반적이다. 우울증의 증상으로는 항상 우울하고 무기력한 기분이 나타나는것, 식욕과 수면의 이상, 정신적 고통, 사회적인 역할 수행의 어려움, 자살 생각이나 자살 시도가 있다.

불안장애는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신질환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불안장애에는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증 등이 있으며 강박 장애 역시 불안장애에 포함된다고 보기도 한다. 범불안장애는 만성적으로 불안과 걱정을 느끼며 혼자서 이를 통제할 수 없는 질환이다. 공황장애는 공황 발작이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질환인데 공황 발작이란 신체의 이상 없이도 호흡이 너무 가빠져 숨을 쉴 수 없는 느낌을 받는 과호흡, 심박수의 증가, 토할 것 같은 느낌, 발열이나 오한, 죽을 것 같은 느낌 등이 갑자기, 짧은 시간 동안 지속되는 증상이다. 게다가 공황장애 환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예기불안이다. 공황발작이 다른 사람에게도 불편을 줄 수 있고, 예기치 못한 공황발작으로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과 차별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황발작이 찾아오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이다.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증은 일반적으로는 공포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대상을 보았을 때 지나친 공포 반응이 나타나는 것인데 개미공포증, 거울공포증, 고소공포증, 먼지공포증, 물공포증, 남성공포증, 수면공포증 등이 있다. 이러한 정신질환은 그 증상이 신체적으로도 드러난다는 것에 있어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왜 그런 것인지는 아래 뇌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천천히 알아보자.
뇌과학적으로 살펴보는 청소년의 기분장애와 불안장애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호두처럼 쭈글쭈글한 구조로 표면적을 넓혀 많은 기능을 수행하는 대뇌의 존재일 것이다. 이 대뇌가 발달해 있기에 우리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고차원적인 인지능력을 가지고 생각과 판단, 계획 수립 등의 일을 할 수 있다. 특히 흔히들 화가 나는 등 격한 감정이 일어도 이 감정을 물건을 부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제를 할 수 있어야지만 인간답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감정과 본능을 자제하는 일은 대뇌 중에서도 이마 바로 뒤 전두엽(이마엽)의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에서 담당한다.
한편 감정과 본능은 대뇌 아래 변연계(limbic system)에서 담당한다. 흔히들 이 변연계를 포유류의 뇌라고 부르는데, 동물들이 경쟁과 포식, 피식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공포 반응 등의 본능적인 감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보면 무서워서 피하는 쥐와 고양이를 보고도 가만히 있는 쥐 중에서 어느 쥐가 살아남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 이러한 변연계에는 시상 하부, 편도체, 대상피질, 해마 등 여러 구조가 존재한다.

편도체(amygdala)는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응하여 흥분과 공포 등 감정을 발생시키는 부분이다. 그래서 편도체를 잘라낸 쥐는 고양이를 보고도 도망치지 못한다. 이렇듯 편도체의 공포 반응은 위험에 대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 편도체가 지나치게 활성화될경우 우울과 불안이 일어날 수 있다. 책 “10대의 뇌”에 따르면 왼쪽 반구의 편도체는 우울에 오른쪽 편도체는 불안에 관여한다는 연구도 존재한다고 한다. 여기서 공황, 불안 반응은 공포 반응과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공포 반응은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에 대한 반응인 반면 공황이나 불안은 실제로 위험하지 않은데도 그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시상하부(hypothalamus)는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를 총괄하며 공포 반응 등 감정에 대한 반응이 신체적으로 나타나게 만든다. 귀신의 집에 갔을 때 공포감에 심장이 더 빨리 뛰고 시험 보기 전에 숨이 가쁘고 토할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감정이 신체 기능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다. 이 때 공황 발작의 경우에도 편도체에서 시상 하부를 자극하여 여러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게 만들기 때문에 숨이 가빠지고 심박수가 증가하고, 소화 기능이 저하되어 토할것 같은 느낌이 드는 등의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밖에도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해마나 주의집중, 실수를 포착하는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대상피질 등 변연계의 다양한 구조가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질환에 관여한다. 이러한 변연계와 앞에서 말한 전전두피질은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하며 전전두피질은 변연계가 활성화되었을때에도 인간이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가질 수 있게 만든다. 그런데 전전두피질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인간의 발달 단계 중 가장 늦은 나이에 발달한다. 그래서 사춘기를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 ‘중2병’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10대들은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또한 전전두피질이 아직 발달 중에 있다는 것은 청소년을 더욱 더 정신질환에 취약하게 만들면서도, 청소년 정신질환 환자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질환이 개선될지 아니면 만성화될지를 결정짓게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청소년 정신질환 환자들을 세심하게 신경쓰고 제대로 치료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적절한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로 청소년들이 미래에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그런데 보편적인 청소년 역시 전전두피질이 완전하게 발달하지 못해 때로는 감정이 격앙된 상태를 경험한다는 사실은 청소년 정신질환 환자와 그 부모님이 정신질환 유병 사실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어른들은 우리 정신질환자 친구들이 “엄마, 나 우울증이 있는 것 같아”라고 털어놔도 “너 나이때는 원래 다 그래”라며 가볍게 치부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정신질환과 평범한 사춘기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가끔씩 우울하거나 불안한 것은 정상이지만 2주 이상 지속적으로 우울하거나 불안한 기분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우울증, 범불안장애이다. 공황 발작이 어쩌다가 한번 발생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공황 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그것은 공황장애이다. 이 사실을 유념해 둔다면 10대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판단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명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정신과에 방문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정신질환 진단은 증상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자세한 기준은 DSM-V라는 정신질환 진단 매뉴얼에 나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정신질환을 뇌를 CT, MRI등으로 촬영함으로써 진단할 수 있다는 오해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쉽게 얘기하면 정신질환은 뇌의 물리적, 구조적인 변형이 생겨 발생된 것이 아니라, 뇌의 각 부분을 연결하는 뉴런(신경세포)로 이루어진 회로를 통한 뇌의 각 부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환자들의 증상을 통해 진단을 하고 그에 대응되는 치료를 하고 있다. 결국 스스로가 마음이 아프다고 느끼면 그것은 진짜로 아픈 것이라는 거다.
항우울제는 어떻게 우리를 치료하는가
지금으로부터 몇십여년 전, 아직 인간이 뇌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할 때, 최초의 항우울제인 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 MAOI 계통의 약이 개발되었다. 과학적 발명이 흔히들 그렇듯이 이 항우울제 역시도 우연히 결핵 치료제로 사용되었다가 사람들의 기분을 들뜨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 발견되어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되게 되었다. 이후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 모노아민계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TCA 항우울제가 개발되었고, 시간이 더 지난 후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SSRI가 만들어졌다. 그리고도 계속해서 다양한 항우울제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대부분 모노아민계 신경전달물질의 양과 농도를 조절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모노아민계 신경전달물질이 무엇이냐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작은 범위에서 신경계를 관찰해야 한다. 각각의 뉴런들은 가지돌기(dendrite)에서 신경 자극을 받아서 축삭 돌기(axon)로 활동 전위를 전달하며 이렇게 뉴런의 끝부분인 축삭 말단(axon terminal)까지 자극은 전기적 형태로 이동한다. 그리고 축삭 말단에서 하나의 뉴런은 다른 뉴런과 조금의 틈을 두고 만나는데 이 틈을 시냅스라고 하고 여기서는 자극이 화학적 신호의 형태로, 뉴런에서 다음 뉴런으로 전달된다. 이 때, 축삭 말단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이 바로 신경전달물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냅스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은 정신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모노아민계 신경전달물질 중에서도 정신질환과 깊은 관련이 있는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먼저 도파민은 뇌의 쾌락중추로 알려져 있는 측좌핵 등에 작용하며 뇌의 보상회로를 활성화시켜서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 또한 도파민은 신경 호르몬으로도 작용한다. 특히 도파민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프로락틴 분비를 억제하고, 교감신경계를 통해 심장 박동과 혈압을 증가시켜서 긍정적인 쾌락과 열정, 성욕과 식욕 등 강렬한 욕구를 관장한다. 그래서 도파민이 부족한 우울증의 경우 행복하거나 기쁜 일에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변연계에서 도파민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조현병의 경우 환각을 보기도 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물론 부신 수질에서 호르몬으로도 분비되지만 신경계에서 교감신경 등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으로도 쓰인다. 특히, 부신에서 급격한 스트레스 반응에 분비되는 것처럼 뇌에서도 편도체 등 변연계에서 불안함, 공포 등 부정적이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작용한다. 한편,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에서 유도되는 모노아민으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작용을 억제하여 평온한 마음상태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세로토닌 부족은 공황장애, 우울장애 등 여러 정신질환의 원인으로 여겨지며 치료제로는 주로 세로토닌 리셉터를 타깃으로 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쓰인다.
이제 본격적으로 항우울제에 대해 리뷰를 해 보자. 이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항우울제와 정신질환 치료제가 있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에스시탈로프람(SSRI), 벤조디아제핀계 신경안정제, 아리피프라졸(도파민 부분 효능제), 프로프라놀롤(교감신경차단제)에 대해 소개해보겠다. 먼저, 에스시탈로프람은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인데 시냅스후 뉴런에서 시냅스전 뉴런으로 세로토닌이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아 세로토닌이 더 오랫동안 작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우울장애,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의 치료제로 쓰인다. 이 약은 매일매일 지속적으로 먹어서 평소의 세로토닌 농도를 조금 높여 준다. 흔히 상품명으로는 렉사프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신경안정제인 벤조디아제핀은 공황발작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 먹어서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쉽게 말하면 갑자기 불안이 올라올 때 진정시켜주는 약이다. 벤조디아제핀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의 작용을 증가시켜서 다양한 뇌의 회로들의 기능을 억제하여 공황발작 등이 찾아왔을때 진정시켜준다. 다만 진정작용과 근이완작용을 하기 때문에 먹으면 졸릴 수 있고 그밖에도 과다복용 시 중독 등이 나타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그 다음 아리피프라졸은 도파민 부분 효능제인데 도파민 농도에 대한 길항 작용을 하여 도파민 농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감소시키고 지나치게 낮으면 증가시킨다. 따라서, 조현병 치료제로 쓰이기도 하지만 다른 항우울제와 함께 심한 우울증 환자들에게도 처방하고는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작용기전과는 명확한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다른 정신과 약들과 함께 쓰면 그 효과를 키우는 역할을 하여 정신과 의사들에게 사랑받는 약이라고 한다. 다만 졸리다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

마지막으로 프로프라놀롤은 흔히 인데롤이라고도 불리며 긴장을 완화시켜준다는 이름 아래 여러 수험생들에게도 처방되고 있는 약이다. 노르에피네프린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에피네프린의 특정한 수용체에 차단작용을 일으켜서 교감신경 차단제로 쓰인다. 그래서 처음에는 심장 박동수 등 자율신경계가 관할하는 기능을 인위적으로 조종하여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후 항불안 효과가 발견되어 지금과 같이 긴장을 덜어주는, 공황발작 해소의 목적으로도 사용되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약물은 청소년 정신질환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약물은 치료를 위한 보조적인 수단이며 약물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눈물, 트라우마에 대하여
현재 대한민국의 많은 청소년들은 너무도 쉽게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앨릭스 코브의 “우울할 땐 뇌과학”이라는 책에서는 우울증의 원인을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유전적인 요인, 유년기때 겪었던 일들, 현재 삶에서의 스트레스, 받을수 있는 사회적 지원의 양, 즉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운. 이 다섯 가지가 우울증의 원인이며 불안장애 역시도 비슷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 중 유년기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케이스가 가장 많다. 그 이유는 주로 학교폭력. 한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반 모두에게 왕따당하면서 걸핏하면 지나가는 아이들이 때리고, 일상적으로 심한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매일 점심시간마다 영어교실에 갇혀서 신체적인 폭력을 당하며 1년을 보냈다. 그러면서 아예 같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모두에게 왕따라는 낙인이 붙어서 비록 선생님 눈치를 보느라 그 후로 신체적인 폭력은 사그라들었을지라도 이후 초등학교 3년, 중학교 3년을 다양한 언어폭력을 견디며 투명인간 취급당하고 살았다. 그 후 그 아이는 비로소 다른 지역으로 고등학교로 가서 그 환경에는 벗어났지만 아직도 마음은 그때 그 시절에 머물러 있어서 힘겹게 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유년기 때 다양한 학교폭력은 앞에서 본 케이스 말고도 많은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PTSD라고도 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증상이 정신질환으로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과학적 원리는 무엇일까. 트라우마는 ‘감정의 뇌’ 변연계, 특히 그중에서도 편도체와 해마에 관련이 있다. 앞에서 기억의 저장에는 해마가 관련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트라우마가 될 만한, 심각한 불안과 공포를 느껴서 편도체와 노르에피네프린계 신경 회로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는 일을 겪었다면 그 기억은 편도체에 각인된다. 이 때, 해마는 억압되어 그 사건을 잘 ‘기억’할 수는 없으나 편도체에 저장된 트라우마는 부분부분 조각조각 나누어져서 기억되어 이후 트라우마를 연상시킬 수 있는 작은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에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러한 트라우마로 인해 되풀이되는 공포는 조건반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사라는 것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몸의 반응인데, 그 중에서도 조건 반사는 대뇌 등이 관여해서 우리의 무의식에 의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즉, 우리가 트라우마 관련 공포와 불안을 느끼지 않고 싶다고 생각을 해도 그것이 쉽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나같은 경우는 어떤 것이 트라우마를 ‘트리거’하면 과호흡이 와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등 신체적인 증상이 먼저 발현된 후 그 감각이 정신적인 고통을 주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이렇듯 트라우마의 강도가 매우 큰 경우 신체적으로도 반응이 오게 되는데, 편도체가 같은 변연계의 시상하부에게 신호를 전달하면 자율신경계를 관할하는 시상하부가 몸에서 ‘fight-or-flight’ 공포 반응을 일으킨다.
트라우마보다 스케일은 작아도 기분나빴던, 무서웠던, 짜증났던, 그런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일은 모두에게 더 잘 기억되기 마련이다. 특히 책’우울할 때 뇌과학’에서 우울증 등 모노아민계 신경전달물질이 위축된 정신질환 환자들은 행복했던 때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슬프거나 힘든 기억은 문제 없이 잘 떠올린다고 한다. 이는 해마 역시도 부정적인 감정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해마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고,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데 관여하는 뇌의 부위인데 이 두가지 과정 모두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해마가 하는 일은 맥락, 즉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결국 우울하고 힘든 상황에서는 그 감정과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상황 모두가 과거가 항상 우울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여러분들은 이러한 의문이 들 것이다. 대체 인간은 왜 트라우마에 예민하면서 이렇게 부정적으로 사고와 인식, 지각을 하도록 만들어진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공포와 불안의 감정이 진화적으로는 과거 인간의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사자나 호랑이같은 무서운 야생동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위험한 동물이 덮칠 기회가 보이면 본능적으로 달아나야 하니까. 그러한 이유로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포유류 역시 발달된 편도체와 해마를 가지고 있다.
결국 우리는 트라우마와 나쁜 기억을 잘 발달시켜서 자연 선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뇌에 대한 많은 비밀이 밝혀졌고 의학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그리고 우리를 위협할 곰과 호랑이가 없는 지금 우리가 굳이 트라우마를 혼자 안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의학이론과 현대의 심리학 이론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 PTSD,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같은 트라우마로 인한 질환 역시도 항우울제 등 정신과적 약물, 그리고 상담요법으로 개선될 수 있다.
뿐만아니라 뇌가 기억을 재처리해서 무언가가 트라우마를 트리거해도 현재가 안전하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EMDR이라는 치료법도 사용되고 있다. EMDR은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의 약자이며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의 단편을 떠올리게 한후 빛으로 안구운동을 시키는 양측성 자극을 주어 뇌가 기억을 보다 긍정적으로 재처리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법은 사실 심리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법이라서 확실하게 뇌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이렇게 이 섹션에서는 PTSD, 트라우마 반응과 나쁜 기억에 대해 알아보았다. 물론 이렇게 사람들이 트라우마 반응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고 치료법을 만드는 것은 나같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보면 유년기의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학교폭력과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수를 줄이는 것이 더욱 필요하는 생각이 든다.
건강한 친구들에게, 그리고 우리를 보호해줄 어른들께 드리는 말씀
이렇게 오늘은 청소년 정신질환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런데 우리는 청소년 정신질환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물론 이러한 정신질환을 청소년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그 각각에 맞는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 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입이 인생 최대의 목표로 취급되고 있어 청소년들의 학습 부담이 커졌고, 많은 학교 시스템 상에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문제라는 것이다. 거기다 아동학대, 가정폭력도 그 가정 내에서 해결할 문제라는 인식이 있다보니 제대로 처벌되지 못해서 많은 아이들을 부모라는 이름의 폭력으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아파하는 10대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먼저, 건강한 또래 친구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 환자의 뇌는 사회적 배제에 더욱 민감한 만큼 같이 무리에 포함시켜주고, 공황발작 등이 찾아왔을 때 편견을 갖지 말고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픈 10대 친구는 주위의 사람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고 조금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며 이는 회복에 도움이 된다. 특히 학교폭력 등의 피해 경험이 있는 10대에게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만한 행동을 자제하고 ‘나는 네 편’이라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그런 10대들을 둘러싼 우리 사회와 어른들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 어른들은 10대가 아픈 것은 노력이나 의지 부족 문제라는 편견을 버리고 진심으로 10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존중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학업 스트레스 등 더 큰 부담을 주기보다는 그들이 힘들어도 지금 충분히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이렇듯 우리 사회가 조금 더 10대 정신질환 환자들을 잘 이해해주는 ‘정병 프랜들리’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김다연 학생기자│Biology│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우울할 땐 뇌과학』, 엘릭스 코브 지음, 출판사: 푸른숲
[2] 『10대의 뇌』,프랜시스 잰슨, 에이미 엘리스닛 지음, 출판사: 웅진 지식하우스
[3] 위키백과
[4]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첨부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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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림 2]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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