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뒤집혀서 떠다니는 배 중력을 거스르다

점성 액체에 진동을 가해 액체가 공중부양하고, 그 아래쪽 표면에서 배가 뒤집힌 채로 떠다니는 기이한 물리 현상을 소개한다.

편집부 · 2021년 9월 10일 · 읽는 데 4분

공중부양한 액체층의 아래 표면에 거꾸로 떠 있는 장난감 배
공중부양한 액체층의 아래 표면에 거꾸로 떠 있는 장난감 배

물에 떠 있는 배를 상상해 보자. 중력이 배를 아래로 끌어당기지만, 물이 배를 위로 밀어 올리는 부력이 중력과 평형을 이루면서 배는 물 위에 둥둥 떠 있을 수 있다. 아르키메데스가 발견한 이 단순하고도 우아한 원리는 수천 년 동안 인류가 바다를 항해하는 기본 바탕이 되었다. 우리는 배가 항상 물의 '위쪽' 표면에만 떠 있을 수 있다고 굳게 믿어 왔다. 하지만 만약 물이 공중에 떠 있고, 배가 그 물의 '아래쪽' 표면에 거꾸로 매달린 채 둥둥 떠다닐 수 있다면 어떨까? 마치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이한 장면이지만, 이는 놀랍게도 최근 과학자들에 의해 실험실에서 실제로 구현된 물리 현상이다. 수직으로 강하게 진동하는 용기 안에서 끈적끈적한 점성 액체를 이용하면, 액체 층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공중부양하는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공중부양 액체의 아래쪽 표면에는 놀랍게도 부력이 거꾸로 작용한다. 중력의 방향을 거스르는 듯한 이 마법 같은 현상은 유체역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며 전 세계 물리학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이 반중력 항해의 숨겨진 원리를 낱낱이 파헤쳐 보자.

공중부양하는 액체의 마법

배가 거꾸로 떠다니기 위해서는 먼저 액체 자체가 허공에 떠 있어야 한다. 무거운 액체를 어떻게 공중에 띄울 수 있을까? 파리 고등사범학교(ENS)의 연구진은 글리세롤과 실리콘 오일 같이 끈적끈적한 점성이 높은 액체를 수조에 담고, 수조 전체를 위아래로 매우 빠르게 진동시켰다. 특정 주파수와 진폭으로 수조를 흔들어 주면, 액체 층 아래에 갇힌 공기층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압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액체 층을 위로 떠받치게 된다. 마치 스피커의 진동판 위에서 물방울이 춤을 추듯 공중에 떠 있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진동이 멈추면 액체는 즉시 바닥으로 쏟아지지만, 지속적인 진동 에너지가 공급되는 동안에는 액체 층과 공기층이 안정적으로 역전된 상태를 유지한다. 이 현상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연구진은 이 공중부양한 액체 층의 위아래 표면에서 동시에 독특한 부력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새롭게 증명해 냈다. 진동하는 액체는 중력을 이겨내는 것뿐만 아니라, 그 내부의 압력 분포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이 놀라운 발견은 고전 역학의 틀 안에서도 여전히 새롭고 신비로운 현상이 숨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거꾸로 작용하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공중부양한 액체의 윗면에는 일반적인 호수처럼 물체가 뜰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액체 층의 아랫면에서도 물체가 위로 뜰 수 있다. 위로 뜬다는 것은 중력 방향과 반대로 액체 안으로 밀려 들어간다는 뜻이다. 연구진이 작은 모형 배를 액체 층 아랫면에 거꾸로 갖다 대자, 배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액체 표면에 착 달라붙은 채 둥둥 떠다녔다. 이 기이한 현상의 비밀은 바로 진동이 만들어낸 압력의 변화와 부력의 방향에 있다. 일반적으로 유체 내부의 압력은 깊어질수록 증가하며, 이 압력 차이가 위쪽으로 작용하는 부력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공중부양하는 액체의 경우, 수직 진동으로 인해 아래쪽 공기층의 압력이 매우 높아진 상태다. 즉, 액체 층 아랫면의 압력이 대기압보다 훨씬 높아지면서 아랫면에 닿아 있는 물체를 위쪽(액체 내부 방향)으로 강하게 밀어 올리는 역방향 부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위를 향하는 부력이 배에 작용하는 아래 방향의 중력과 정확히 평형을 이룰 때, 배는 허공에 매달린 액체 표면을 거꾸로 항해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을 뒤집은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진동 장치 위에서 반중력 층을 형성하는 점성 액체 실험 장치

안정성을 유지하는 표면장력의 역할

배가 거꾸로 떠 있기 위해서는 부력뿐만 아니라 표면장력과 유체의 점성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배가 액체 아랫면에 닿으면 액체 표면은 배의 모양에 따라 살짝 움푹 패이게 되는데, 이때 표면장력이 팽팽한 고무막처럼 작용하여 배가 완전히 액체 속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잡아준다. 또한 끈적한 글리세롤의 높은 점성은 배가 미세하게 흔들릴 때 발생하는 파동을 빠르게 흡수하여 배가 뒤집히거나 요동치지 않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만약 물처럼 점성이 낮은 액체를 사용했다면 잔물결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배는 금세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이처럼 진동 에너지, 밀도, 점성, 표면장력이 만들어내는 절묘하고도 아슬아슬한 균형 상태가 바로 거꾸로 떠 있는 배의 비밀이다. 연구진은 모형 배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공 등 다양한 물체로 실험을 반복했으며, 물체의 밀도와 크기가 특정 조건을 만족할 때만 이 현상이 안정적으로 유지됨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이는 복잡한 비선형 동역학 시스템에서 새로운 평형 상태를 발견해 낸 쾌거였다.

산업적 응용 가능성과 시사점

이 기발하고 흥미로운 실험은 단순히 신기한 물리 현상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진동을 이용해 유체와 기체 사이의 경계면을 제어하고 다루는 기술은 화학 공학 및 산업 현장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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