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그렇듯이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휴대폰을 살펴본다. 밤새 쌓인 알림을 확인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습관적으로 휴대폰부터 찾는 것이다. ‘배터리 전원 부족, 남은 배터리: 10%’ 휴대폰 화면 정 중앙에 뜬 알림을 읽자마자 짜증이 밀려온다. 물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배터리의 용량도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귀찮음을 해소시켜 줄 월등한 성능의 초강력 배터리가 개발되었다고 한다. 무려 지구에서 가장 강한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배터리로 용량의 50%를 소모하는 데에만 무려 수천 년이 걸린다고 한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일까?

핵폐기물 원료의 ‘다이아몬드 배터리’
지난 1월, 잉글랜드 브리스톨 대학(University of Bristol)은 수천 년 정도는 충전 없이 거뜬히 작동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배터리의 어마어마한 용량도 충격적이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바로 배터리의 원료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위험 물질 중 하나인 방사성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것이다.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부산물로 산업적 이용이 끝난 이후에도 끊임없이 유해한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마땅히 처리할 방식도 없어서 그야말로 인류의 골칫덩어리인 셈이다. 다이아몬드 배터리는 이러한 물질을 다이아몬드로 캡슐화하여 만든 배터리로 방사성 폐기물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브리스톨대 연구진이 방사성 폐기물을 활용하여 다이아몬드 배터리 개발을 시작한 이유는 영국의 원자력 발전과 관련이 있다. 흑연 기반의 우라늄 연료봉을 사용해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해 온 영국은 상당한 양의 흑연 관련 방사성 폐기물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원자력 발전소를 중단시키면서 추가적인 방사성 폐기물은 발생되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 쌓인 폐기물의 양만 무려 10만 톤 정도라고 한다. 이에 영국 정부는 브리스톨대 연구진에게 이를 처리할 방안을 의뢰하였고 결국 다이아몬드 배터리의 개발로 이어지게 되었다.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이미 4년 전인 2016년, 다이아몬드 배터리를 개발한 적이 있었다. 니켈의 방사성 동위원소 ‘니켈-63’를 방사성 에너지원으로 이용한 배터리의 시제품을 제작한 후 잘 작동하는지 확인한 적이 있다. 이후 연구진은 효율 개선을 위해 방사성 동위원소인 탄소-14를 에너지원으로 한 새로운 다이아몬드 배터리를 개발하게 되었다. 탄소-14는 원자력 발전의 방사성 폐기물에서 추출할 수 있으며 탄소-14를 추출함으로써 방사성 폐기물의 자체 방사능을 저해하고 보관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이아몬드 배터리는 발전 과정에서 동위원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동위원소 배터리라고 할 수 있다. 코일 사이에서 자석이 움직이도록 에너지를 투입하여 전류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발전 기술과 달리 동위원소 배터리는 동위원소의 붕괴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나, 전자, 또는 열 등을 활용한다. 원자력 배터리나 베타 배터리가 그 예시이다. 우주 탐사 로봇 등에 활용되는 원자력 배터리는 동위원소의 알파 붕괴에서 나오는 알파선이 가지는 에너지를 열로, 다시 열을 전기로 변환한다. 베타 배터리도 마찬가지이다. 베타 배터리에 사용되는 삼중수소는 베타 붕괴를 하면서 베타선을 발생시킨다. 원자력 배터리와는 달리 베타선을 반도체에 쏘아 주어 바로 전기를 만든다. 다이아몬드 배터리는 탄소-14의 베타 붕괴를 활용한다. 탄소-14의 방사선은 모든 고체에 빠르게 흡수될 수 있는 단거리 방사선으로 다이아몬드 내에서 비탄성 산란을 하면서 빠르게 흡수된다. 흡수된 방사선의 에너지는 열로 바뀌고, 열전 소자를 통해 전기로 변환되어 충전에 사용된다.

전력은 낮지만 수명은 매우 긴 다이아몬드 배터리
다이아몬드 배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낮은 전력이다. 표준 AA 배터리는 1그램 당 약 700줄의 일을 하는 반면, 다이아몬드 배터리는 1그램 당 약 15줄의 일을 하는 수준에 불과한다. 수명이 방사선의 총 에너지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반감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다이아몬드 배터리의 50% 전력을 사용하는 데에는 5730년이 걸리게 된다. 반영구나 다름없는 긴 수명을 가지고 있기에 낮은 전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활발한 연구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다이아몬드 배터리는 그 구조가 단순해 쉽게 제작할 수 있으며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물질인 다이아몬드로 핵폐기물을 감싸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전혀 필요가 없다. 한편, 일각에서는 방사성 폐기물의 안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가 배터리의 포장용기 역할도 수행하면서 방사선 유출을 차단하기 때문에 실제 배터리의 방사능은 바나나보다 적다고 한다. 이 외에도 다이아몬드 배터리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사용 과정 중 탄소 배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지속적으로 충전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화석연료가 만든 전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결국 다이아몬드 배터리는 별도의 충전 과정이나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반영구적인 친환경 배터리이다. 물론 상용화된 다른 배터리들에 비해 낮은 전력을 가지고 있지만 고효율의 열전소자 등의 개발을 통해 충분히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명이 길기 때문에 전력이 낮아도 방대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이러한 다이아몬드 배터리는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우선 태양이나 바람 등 외부 동력원 없이 전력을 장기간 일정하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심해나, 극지와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 사용하는 기기의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충전이 불가능하고 장기간의 사용이 요구되는 우주 공간에서도 우주선 및 탐사선의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 적용한다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인공심장이나 맥박 조정기, 치료용 뇌 자극기 등을 일생 내내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인공심장의 배터리 교체를 위해 5년마다 재수술을 해야 하며 수술의 위험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이아몬드 배터리로의 대체가 필수적이라고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처치하기 곤란한 엄청난 양의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활용하여 동력원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이아몬드 배터리의 가치는 어마무시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배터리의 미래

그렇기에 다이아몬드 배터리에 관한 연구는 지금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미국의 에너지 전문기업인 NDB(Nano Diamond Battery)가 다이아몬드 배터리의 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치기도 하였다. 약 2만 8000년의 수명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 배터리는 테스트 결과 40% 정도의 전력 효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다이아몬드 배터리의 전력 효율인 15%에 비해 크게 개선된 수치이다. 아직까지 상용화된 전지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으며 기간이나 충전 방법에 있어서 진화된 성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이아몬드 배터리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박민성 학생기자│Chemistry│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https://www.sciencetimes.co.kr/news/
[2] https://www.thedai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72681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www.sciencetimes.co.kr/news/
[2] https://www.snopes.com/fact-check/radioactive-diamond-batteries-real-thing/
첨부 동영상 링크
[1] https://youtu.be/b6ME88nMnY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