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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뇌는 컴퓨터보다 낫다

사람의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인 뉴런은 1초에 최대 천 번 신호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전달하는 속도도 전자보다 훨씬 느리죠. 컴퓨터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신호를 더 빠르게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뇌는 컴퓨터보다 에너지 소모량도 적고 정보도 더 잘 저장할 수 있는 걸까요? 오늘은 컴퓨터에는 없고 뇌에만 있는, 신경 전달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인 미엘린 수초화(myelination)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뉴런 살펴보기

뇌는 뉴런이라고 불리는 세포들과 그 주변을 구성하는 아교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뉴런은 컴퓨터의 전선 역할을 한다면, 보조 세포들은 뉴런이 신호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적합한 환경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먼저, 뉴런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신경 세포도 마찬가지로 세포이기 때문에 그 기능을 유지해줄 수 있는 핵, 미토콘드리아 등 소기관이 필요합니다. 그 세포 부품들이 신경세포체에 모여있습니다.


뉴런의 구조

뉴런은 다른 뉴런에서 오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이를 또다른 뉴런으로 보내야하기 때문에 신호를 받아들이는 부분, 보내는 부분이 모두 필요합니다. 신호를 받아들이기 위해 신경의 한쪽 끝에 발달한 돌기들이 있는데, 이를 가지돌기라 부릅니다. 가지돌기처럼 생겼지만 훨씬 길고 끝이 또다른 가지로 나뉘어있는 부분이 축삭돌기입니다. 뉴런에서 만드는 전기 신호는 이 축삭돌기를 통해 뉴런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세포들은 어떻게 전도 속도를 조절할까요?


신호 속도 조절하기

전기회로에서 전선의 저항은 전선의 길이에 비례하고, 단면적의 넓이에 반비례합니다. 즉, 전선이 굵을수록 단면적이 넓기 때문에 저항이 줄어들고, 같은 전압이 걸렸을 때 더 많은 전류를 보낼 수 있습니다. 회로에서는 이런 식으로 가하는 저항이 신호의 속도를 줄이지는 못하고, 전류의 세기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뉴런에서는 반대 효과가 나타나, 전류의 세기는 일정하지만 신호의 이동 속도는 빠르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신경세포에서는 전선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 축삭돌기이기 때문에, 축삭돌기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신호 전달이 빠르게 일어납니다. 실제로 동물마다 그 두께가 다른데요, 문어의 경우 두꺼운 축삭돌기들은 인간의 축삭돌기보다 100배 이상 두껍습니다. 하지만 한 뉴런의 두께를 조절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뉴런의 성장은 어릴 때 멈춘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로, 이미 형성된 세포는 잘 자라지도, 새로 생기기도 어렵습니다. 척추동물의 경우 신경이 너무 많아서 문어 같은 거대한 축삭돌기를 가지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저희 뉴런들이 고안한 방법은, 마치 전선의 피복을 감싸는 것처럼 어떤 지방 세포를 감싸는 것입니다. 이 지방 ‘피복’을 미엘린 수초라고 부릅니다. 미엘린 수초는 그 주변의 이온 출입을 통제해 뉴런 내부의 이온 수송을 빠르게 해줍니다. 뉴런 전체가 싸여있는 것은 아니고, 종종 빈틈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 틈들 사이에서만 새로운 활동 전위가 생성된다고 해서 ‘도약 전도’라고 부르게 됩니다.


미엘린 수초는 뉴런의 겉에 존재해 세포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이온 펌프의 일부를 작동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어 세포 전체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 한 칸씩 오를 수도 있고, 두 칸씩 오를 수도 있죠? 미엘린 수초가 없는 경우 전류가 축삭돌기를 따라 계속 전위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계단을 한 칸씩 오르는 경우라고 볼 수 있고, 미엘린 수초가 있는 경우 띄엄띄엄 전위가 발생하므로 계단을 두 칸씩 오르는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계단을 오르는 방법이 더 빠르고, 적당한 높이일 때는 오히려 힘이 덜 들기도 합니다.


뉴런의 미엘린 수초와 계단 오르기
신호 속도를 조절하는 세포

뇌에는 별 아교 세포(astrocyte), 미세 아교 세포(microglia) 등 수많은 아교 세포들이 있지만, 신경 전달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세포는 “슈반 세포(Schwann cell)”과 “희소 돌기 아교 세포(oligodendrocyte)”입니다. 희소 돌기 아교 세포는 뇌와 척수를 구성하는 뉴런들의 신경 전달 속도를 느리게 하고, 슈반 세포는 말초 신경계의 뉴런을 느리게 하는 세포입니다. 물론 슈반 세포도 말초 신경계에서 정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희소 돌기 아교 세포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다른 아교 세포의 기능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다른 기사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희소 돌기 아교 세포는 세포 한 개에서 몇 개의 가지가 뻗어 나와 그 주변의 축삭돌기에 미엘린 수초를 감싸는 역할을 합니다. 슈반 세포도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한 개의 슈반 세포가 하나의 축삭돌기에 한 개의 미엘린 수초밖에 감싸지 못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뇌는 신경세포체가 주로 모여있는 회색질과 수초화된 축삭돌기로 구성된 백색질로 구성되어있는데, 미엘린이 흰색을 띄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희소 돌기 아교 세포가 여러 개의 축삭 돌기에 미엘린 수초를 형성하였다.

꽤 최근까지도 학자들은 미엘린 수초의 위치와 빈도가 거의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미엘린의 배치가 계속 변화한다는 증거가 계속 나오면서 미엘린 또한 뇌의 신경가소성(기존과 다른 환경 등에 적응하기 위해 신경계가 스스로에 변화를 가하려는 성질)에 관여한다고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글을 읽는 방법을 배우는 경우, 저글링 훈련을 하는 경우 등 복잡한 일을 처리할 때 백색질의 구조가 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뉴런이 활동함에 따라 희소 돌기 아교 세포가 축삭돌기에 새로운 미엘린을 추가하거나 기존에 있던 미엘린을 없앤다는 것이 현재 학자들의 해석입니다.


최근에는 분할비등방도(fractional anisotropy)를 적용한 MRI 촬영을 통해 백색질의 형태 변화보다 깊게 들어가, 미엘린 자체의 밀도와 빈도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분할비등방도가 1에 가까울수록 물의 이동 방향이 한 방향으로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미엘린이 더 많이 형성되어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정말 많은 연구가 미엘린의 신경가소성을 뒷받침하지만, 이 기사에서는 학습에 따른 미엘린의 배치 변화를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예시 하나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B)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에 미엘린이 많이 형성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쥐들을 작은 틈이 있는 플라스틱 상자에 넣은 후, 틈 사이로 오른팔을 넣어 음식을 가져올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습니다. 연구자들은 충분한 훈련을 통해 쥐가 원활하게 음식을 가져갈 수 있게 한 후, 분할비등방도를 적용해 MRI을 찍었습니다. 이때 위 그림의 (B)에서 보이는 빨간색 영역이 분할비등방도가 높은 지역, 즉 미엘린의 빈도가 높은 지역을 의미합니다. 신경의 구조는 좌우 대칭이지만 왼쪽 영역의 신경에서 미엘린 빈도가 더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쥐도 오른쪽 팔의 운동을 조절하기 위해 좌뇌가 우뇌보다 더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훈련의 결과 우뇌에는 미엘린이 많이 생기지 않았지만 좌뇌에는 미엘린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보아, 훈련이 좌뇌 신경의 미엘린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연관지을 수 있을 수 있습니다.


신호 속도를 조절하는 세포를 조절하는 물질

어떻게 희소 돌기 아교 세포는 새로운 미엘린을 형성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쥐의 좌뇌에 미엘린을 더 만들었을까요? 희소 돌기 아교 세포는 다른 뉴런으로부터 신호를 받는 세포가 아니기 때문에 뇌가 명령을 내리진 않았을 것입니다. 학자들은 미엘린의 형성 또는 제거를 촉진하는 물질이 분비되면 희소 돌기 아교 세포가 미엘린을 형성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아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파상풍 독을 처리하지 않은 축삭돌기에만 미엘린이 충분히 감싸졌다.

파상풍 독(tetanus toxin)은 소포를 통한 물질의 배출을 억제하는 화합물입니다. 일반적으로 세포가 물질을 분비할 때 세포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소포에 물질은 담은 후 이를 세포 밖으로 운반하는데요, 이 독은 이 과정의 중간에 개입해 물질 분비를 방해합니다. 즉, 파상풍 독을 처리한 축삭돌기에서는 물질의 분비가 없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축삭돌기에서만 물질의 분비가 있을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희소 돌기 아교 세포를 놓았을 때 연구자들은 90분 이내에 안정적으로 미엘린을 형성하고 “축삭돌기-아교세포 교점(axo-glial junction)”을 형성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 결과, 파상풍 독을 첨가하지 않은 축삭돌기에서는 미엘린의 안정화를 촉진하는 물질의 영향으로 미엘린이 잘 감싸졌지만, 독을 처리한 축삭돌기에서는 미엘린이 형성되어도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못해 곧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90분 후, 독을 첨가하지 않은 축삭돌기에서 독을 첨가한 축삭돌기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축삭돌기-아교세포 교점이 관찰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를 통해 미엘린 수초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물질이 축삭돌기에서 나오며, 소포를 통해 배출된다는 것을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가 미엘린 형성을 명령하는 화학적 메커니즘이 있을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이후 심도있는 연구를 통해 엄청나게 많은 화합물과 단백질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미엘린의 형성에 관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엘린에 의한 신경가소성이 사람의 장기기억 메커니즘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연구가 출판된 이후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마침내 학자들은 미엘린의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질 몇 개를 찾았습니다. 물론 아직 더 밝혀지고 있으므로 이 물질만이 큰 영향을 준다고 단정짓기는 어렵고, 더 작은 영향을 주는 물질들은 이미 훨씬 더 많이 밝혀졌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는 이렇습니다.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는 물질은 뉴런이 생장하도록 촉진하는 화합물의 일종으로, 신경계를 구성하는 뉴런들이 계속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며 새로운 뉴런과 시냅스가 형성되고 분화되도록 돕는, 신경계에 필수적인 물질입니다. 특히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있는 해마(hippocampus) 등의 뇌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장기 기억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물질이 타이로신 인산화효소 수용체 B(TrkB)와 결합하면 새로운 희소 돌기 아교 세포의 형성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글루탐산(Glutamate)도 미엘린의 형성과 유지에 관여합니다. 신경세포에서 분비된 글루탐산이라는 물질은 미엘린 기초 단백질(myelin basic protein)이 번역되도록 해서 단백질의 생성을 유발합니다. 이름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이, 미엘린 기초 단백질은 축삭돌기-아교세포 교점에 형성된 미엘린 수초가 안정화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 외에도 세포막에 존재하는 특별한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N-cadherin이라는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시냅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neuregulin-1이라는 물질의 분비를 통해 신경가소성을 조절하고 N-cadherin의 활동에 제약을 걸어줍니다.

정민준│Chemistry & Biology│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Sampaio-Baptista, C. et al. Motor skill learning induces changes in white matter microstructure and myelination. J. Neurosci. 33, 19499-19503 (2013)

[2] Czopka, T., ffrench-Constant, C. & Lyons, D. A. Individual oligodendrocytes have only a few hours in which to generate new myelin sheaths in vivo. Dev. Cell. 25, 599-609 (2013)

[3] Steadman, P. E. et al. Disruption of oligodendrogenesis impairs memory consolidation in adult mice, Neuron, 105, 150-164.e6 (2020)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en.wikipedia.org/wiki/

[2] Sampaio-Baptista, C. et al. Motor skill learning induces changes in white matter microstructure and myelination. J. Neurosci. 33, 19499-19503 (2013)

[3] https://www.recompute.com.au/blog/diagnosing-the-delay-common-reasons-for-a-slow-pc/

ⓒ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K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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