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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안에는 39조 마리의 ‘내’가 산다.

10월 19일 업데이트됨

이번 크리스마스도 솔로다. 아침에 일어나 기분 내려고 쇼핑이라도 나간다면, 백이면 백 거리를 채우고 있는 커플들의 닭살 행각에 못 이겨 이불 속으로 조용히 퇴각하게 될 것이다. 저녁까지 멍하니 ‘러브 액츄얼리’나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진부한 로맨스 영화를 보다 보면 문득 왜 나는 혼자일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 강하게 들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당신에게 위로가 될 만한 게 한 가지 있다면, ‘노팅 힐’의 휴 그랜트는 줄리아 로버츠의 미소를 가졌지만, 당신은 당신 안을 가득 채워주는 유산균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 정도? 이브 자정에 침대에 누워서 영화를 보고 있을 때에도, 혼자인 사람 없나 페이스북을 탐방하다 올라오는 친구들의 연애 소식에 시무룩해질 때에도 당신 곁에는 39조 마리의 미생물들-대장균이나 유산균 같은 유익균들부터 시작해서 장티푸스와 같은 살모넬라균까지 자그마치 1만 종류의 자그마한 녀석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외로워할 필요가 어디에도 없다. 우리 몸의 세포 개수는 약 30조 개, 그리고 박테리아의 개수는 39조이니 세포 하나당 하나 이상의 박테리아가 사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박테리아들은 ‘나’와는 별개의 존재인 것일까, 아니면 나의 물질대사 및 생존에 필수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나’라고 보아야 할 것인 것? 이왕이면 나랑 다른 존재가 39조 마리나 사는 게 따뜻하고 외롭지도 않겠지만, 최근의 진화생물학 연구를 보면 우리 몸 안의 이 자그만 친구들을 더 이상 세입자 취급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내 몸 안의 미생물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자연선택에 의해 결정된 집단이며, 이 녀석들의 비율이나 종류도 세대가 변화함에 따라 마치 우리 인간의 유전자 풀이 변화하는 것과 동일한 방향으로 변화한다고 한다. 이 우울하지만 흥미로운 소식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내가 너무 외로워서 고독사한다면, 그것은 내 몸 안의 39조 미생물에게도 같은 운명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며 몸 안의 미생물들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며, 동시에 미생물 역시도 인간의 장기가 잘 하지 못하는 여러 물질대사를 진행함으로서 에너지 획득을 도와주고 유독 물질을 분해해주고는 한다. 그렇다면 우리 몸과 미생물들은 마치 말미잘과 흰동가리처럼 단순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것일까? 아니면 닭살 커플보다도 더 끈끈하게 묶여 있어서 하나로 보아야 하는 것이 옳을까? 웨인 주립대학교의 케빈 테이스 교수에 의하면, 우리는 미생물이 우리 몸의 형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소평가를 해왔을 수도 있다고 한다. 식물이나, 동물, 혹은 어떠한 균류를 보더라도 그 안의 미생물들은 매우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단위 개체 내의 일종의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 생태계는 자기들끼리만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호흡이면 호흡, 소화면 소화 등 우리 몸의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ㅎ하며 동시에 사람의 특징이 되는 형질들-면역이나 알레르기 등- 역시도 간접적으로 결정한다. 하는 일만 보면 미생물 집단을 47번째 염색체로 보아도 될 정도이다. 이처럼 미생물로 대표되는 몸의 미시적 기계 장치들과 장기나 조직으로 대표되는 몸의 거시적 기계 장치 간의 상호 작용은 상호 의존적이다. 둘을 따로 놓고 볼 수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런 사실을 기반으로 일부 생물학자들이 진화론을 업그레이드해서 개체 단위에서의 진화를 논하기보다는 상호 의존적인 여러 개체가 이루는 ‘계’에 대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도 생물학 분기 보고서에서 스워스모어 대학교의 스콧 길버트 교수는 우리는 절대 ‘개인’이었던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우리 몸 내의 유전자까지 인간의 유전자에 포함한 홀로게놈 개념을 발표하였으며, 이러한 홀로게놈에 의해 조직되는 모든 것들-미생물과 숙주-를 홀로비온츠라고 명명하였다. 이러한 홀로게놈은 미생물의 생존과 숙주의 생존이 너무나도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어서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에서부터 출발한다. 물론 모든 미생물의 유전자가 개체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특정 미생물의 발현 정도는 숙주의 생존에 커다란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어떤 미생물은 숙주의 형질 그 자체가 되기 때문에 분리해서 분석하기 불가능한 지경에 가기도 한다. 따라서 홀로비온츠는 단순히 미생물+숙주의 개념이 아니라, 두 개의 분리 불가능한 개체들의 매우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창발성과 구조적 특이성을 총칭하는 단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완벽하다. 그렇지만 이 홀로비온츠가 하나의 생물로서 취급받으려면, 반드시 개체의 자손에게 미생물 군집 역시도 물려주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개체와 미생물이 하나의 계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생각을 해 보면 이러한 미생물 군집의 유전 역시도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예를 들자면 갓 태어난 아이는 산모의 젖을 먹음으로서 산모에게 사는 유익균들이 다량으로 유입된다. 또한 앞에서 말했듯 미생물들이 가지고 잇던 형질 덕분에 자손을 낳았기 때문에, 그 자손 역시도 해당 미생물들이 살기에 유리한 환경을 가지게 되는 등 충분히 연관성을 띄고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염색체 분리를 통해 자손을 낳는 것은 아니지만 미생물 군집의 종류 역시도 일종의 유전자로서 우리 몸에서 기능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 홀로비온츠 이론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있으며, 엄밀한 진화와 유전의 개념을 적용시켜 본다면 미생물 군집과 숙주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러한 논의는 과연 어디까지를 개체로 볼 수 있을까 하는 과학철학적 질문을 낳게 하며, 더 나아가 미생물이 아닌 지금 내가 호흡하고 있는 공기는 나의 일부인가, 나와 하루종일 같이 있는 안경은 물리적으로 나의 일부인가, 장님의 지팡이는 장님의 일부인가 하는 베이트먼 논쟁이나 포스트휴먼적 사고방식에서의 스며든 기술 논쟁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 몸의 미생물들이 과연 진화생태학적으로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를 알아내는 것은 생물학적 가치 외에도 도덕적, 철학적, 정치적 연구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7-011 김기훈

이미지 소스:

https://www.quantamagazine.org/should-evolution-treat-our-microbes-as-part-of-us-20181120/

참고문헌:

https://www.quantamagazine.org/should-evolution-treat-our-microbes-as-part-of-us-20181120/

포스트휴먼과 탈근대적 주체-마정미

https://en.wikipedia.org/wiki/Holobiont

https://news.joins.com/article/21547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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