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를 지배하는 자, 세상을 지배하다!

수백만명을 죽이고 수억명을 살린 두 과학자

과학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눈부실 정도로 바꿔 놓았다. 모두들 한번쯤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발명은 무엇일까?’를 고민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기, 컴퓨터, 자동차 등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이보다도 주목해야할 화학 반응이 하나 있다. 바로 두 과학자의 이름을 따 하버-보슈법이라고 불리는 반응으로, 질소 비료의 생산에 없어서는 안될, 다시 말해 인류를 먹여 살리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반응이다.


독일 출신의 두 화학자, 카를 보슈(좌)와 프리츠 하버(우)

세상을 바꾼 반응

프리츠 하버는 독일 태생의 화학자로, 훗날 암모니아의 합성을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로 이루어진 분자로, 이론적으로 1개의 질소 분자와 3개의 수소 분자를 반응시켜 2개의 암모니아 분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른바 하버-보슈 공정이라고 불리는 이 반응은 현재 전 세계 인구 70억명 중 30억 명을 먹여 살리는 반응으로,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깨닫기 위해서는 당시의 농업 생산량과 농업에서 질소 비료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이야기는 고대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질소와 수소가 반응하여 암모니아가 생성되는 반응. 이른바 하버-보슈법이라고도 불린다.

질소의 세계사

중국의 송나라(960~1279) 때, 이른바 3대 발명품으로 알려진 인쇄술, 화약, 나침반이 중동의 상인들을 통해 서양으로 전해졌다. 이중 화약은 서양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화약의 등장으로 유럽의 기사들은 사라지게 되었고, 봉건제는 무너졌으며, 전쟁의 양상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화약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왕의 명령 하에 화약의 주재료인 초석(질산 칼륨, KNO3)의 채집에 열을 올렸다. 문제는 초석의 양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었는데, 잘 발견되지도 않을뿐더러, 한번 긁어내면 다시 자라는데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들은 초석을 찾기 위해 다른 나라들로까지 눈을 돌렸고, 결국 남아메리카의 섬들에 바다새들의 배설물이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되어 만들어진 질산염 광물, ‘구아노’라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바다새의 배설물이 오랜 세월 동안 굳어 만들어진 구아노

구아노를 채집하기 위해 유럽의 모든 배들은 남아메리카로 향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남아메리카 수탈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유럽인들은 다른 나라보다 먼저, 더 많은 구아노를 확보하기 위해 노예들을 고용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학대를 일삼았으며, 무역과 관련된 문제들이 발생하였고, 심지어 1879년 칠레와 페루 간의 전쟁이 발발하기까지 하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화약이 앞서 말한 비료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사실 인류는 오래전부터 화약을 구성하는 물질이 훌륭한 비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아왔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불이 붙는 흙을 발견한 사람들이 한 신부에게 악마의 흙을 발견했다고 하자, 화학에 지식이 있었던 신부는 이 흙을 밖으로 던져버렸고 그 자리에 식물이 유독 잘 자랐다고 한다. 그 이유는 화학과 비료를 구성하는 물질 모두 질소를 포함하는 나이트로화합물이라는 데 있다. C, H, O를 제외하면 식물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필수 영양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질소(N)로, 질소는 생명체의 단백질, DNA와 RNA등의 핵산의 구성하는 핵심적 원소이다.

인공비료의 필요성이 대두되다

효율적인 비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그 이후 1798년 맬서스의 ‘인구론’을 통해 확산되었다. 그 책에 따르면 인류의 농업 생산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 인류는 심각한 인구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은 이후 1898년 영국의 윌리엄 크룩스 경에 의해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한 뒤, 구아노와 자연산 질산염 광물에 대한 수요는 다시금 올라가게 되었다. 하지만 인류는 더 이상 채집에 의존하는 비료에서 벗어나, 스스로 비료를 만들어내어야만 했다.

하버, 암모니아 합성에 모든 것을 걸다

여기서 우리의 주인공 프리츠 하버가 등장한다. 프로이센 브레슬라우 시(현재 폴란드 브로츠와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하버는 많은 돈과 명성, 존경을 바라는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화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전공을 정하지 못해 전기 화학, 물리 화학, 유기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 조금씩 발을 담궈보았고, 좀처럼 하나에 정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머지않아 남다른 과학적 재치와 열정, 정확한 실험으로 조금식 명성을 쌓아나갔고 1906년 독일 지방의 한 대학의 교수가 된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경력을 만들어가던 그는 1907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분젠응용물리화학 학회’에서 독일 최고의 화학자이자 빌헬름 오스트발트의 후계자, 그리고 차기 노벨상 수상자로 거론되던 발터 네른스트로부터 자신의 암모니아 합성 실험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공개적 비난을 받게 되고, 그 이후로 질소와 수소를 이용한 암모니아 합성에 모든 것을 걸게 된다.

독일 최고 화학자의 실패

과학계의 거인 빌헬름 오스트발트 역시 윌리엄 크룩스 경이 던진 질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하버가 네른스트로부터 공개적 모욕을 당하기 7년 전인 1900년, 당시 독일은 폭탄과 비료 모두 칠레산 질산염에 의존하고 있었다. 만약 영국이 강력한 해군을 앞세워 질산염의 수송을 막아버린다면 독일은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영국과의 전쟁에서 질 것이 뻔하였고, 이에 큰 위기감을 느낀 오스트발트는 암모니아 합성을 시도한다. 그는 철사를 촉매로 이용한 실험에서 암모니아가 만들어짐을 발견하였고 재빨리 특허를 신청한 뒤 100만 마르크를 주면 이 발명의 사용권을 팔겠다고 독일의 화학회사들에게 제안했다.


독일의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


오늘날 독일 최대의 화학회사가 된 바스프(BASF, 바디셰 아닐린 소다 파브리크)는 당시 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젊은 연구원 카를 보슈에게 오스트발트가 제시한 실험의 테스트를 맡긴다. 그 결과, 모두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오스트발트의 실험결과가 불순물에 의한 잘못된 결과임이 밝혀지게 되고, 오스트발트는 질소 문제 해결 경쟁에서 물러나게 된다.

하버, 현자의 돌을 발견하다

원래 수소와 질소가 반응하여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 반응은 발열 반응이기에 저온에서의 반응이 유리하지만, 반응 속도를 고려하였을 때 고온, 고압의 상태가 적절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많았다. 반응이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정확한 온도, 압력 조건을 알아내야 했으며, 반응속도를 최대한으로 증가시켜줄 촉매 또한 원소들을 무수히 조합하여 일일이 실험해봐야만 했다. 모든 일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실패한 사례도, 성공한 사례도 없었다. 실험에 사용되어야 하는 실험 기구들마저 당시 존재하는 것들로 불가능하였기에 일일이 설계하고 특허를 따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었다.



프리츠 하버는 오스뮴이 훌륭한 촉매임을 밝혔지만, 오스뮴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양이 워낙 적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무의미한 결과였다. 그가 바스프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오스뮴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제시해야 했다. 추가적인 실험과 연구를 통해 하버는 동료 르 로시뇰과 함께 우라늄이 오스뮴을 대체할 수 있음을 발견한다. 그는 우라늄이 가장 효율적인 촉매라고 결론짓고 보슈와 함께 바스프에서 대량 생산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된다.

보슈, 현자의 돌을 완성하다

하버가 성공했다는 소식은 독일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다른 기업들의 유혹에 르 로시뇰은 빠져 베를린의 전기화학기업으로 가버렸고 하버에게 역시 독일 최고의 화학 및 전기회사들로부터 러브콜이 오기 시작했다. 하버는 흔들렸지만 이를 이용해 바스프로부터 더 나은 지원을 약속받고 남기로 한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날이 갈수록 커졌고, 남다른 야욕의 소유자였던 하버는 바스프와의 계약이 자신을 붙잡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베를린으로 가기를 원했고 암모니아 합성에서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한편 보슈는 이보다 더 효율적인 암모니아 합성법을 계속 연구하였다. 우라늄 역시 구하기 어려웠고 비쌌기 때문에 적절한 촉매가 아니었다. 그는 철을 기반으로 하여 다른 금속을 조금씩 섞은 형태의 촉매를 연구하기 시작하였고 동료 알빈 마티슈와 함께 1920년까지 약 2만 번의 실험을 한 결과, 철-알루미늄-칼슘의 조합이 가장 좋음을 확인하였다. 사실 이 하버 보슈 공정의 대량 생산화를 위한 촉매 연구와 함께 화학의 한 분야인 촉매화학이 큰 발전을 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현대 하버-보슈 공법의 모식도

촉매가 중요한 문제이긴 했지만, 암모니아 공정에서는 그 밖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더 쌓여있었다. 400~650°C의 고온과 200~400기압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 대형 반응 용기가 필요했고 이 문제 역시 수만 번의 실험과 보슈의 금속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결국 해결할 수 있었다.

폭탄과 비료 사이

질소 비료와 관련된 업적으로 하버는 세계 1차대전 이후 1918년 노벨상을 수상하지만, 그의 인생은 암모니아 합성 성공 이후로 하락세를 타게 되었다. 세계 1차대전 당시 그는 독일의 화학 무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가스 형태의 대량 살상 무기들을 만들어냈고, 독가스 개발과 관련된 의견 차이로 심지어 하버의 아내는 자살하기까지 했으나, 하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조국 독일을 위해 독가스 연구를 계속해 나갔다. 이 기사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지만 심지어는 당시 독일 최대의 암모니아 합성 공장이었던 바스프의 오파우 공장이 독일의 방산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하버는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심장병으로 고생하다가 결국 1934년 스위스에서 사망하게 된다.

하버와 보슈가 남긴 과학적 유산

그렇다면 하버의 연구는 우리 인류에게 어떠한 유산을 남겨주었는가?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하버 보슈 공정이 만들어지기 전, 세계 인구는 16억 명이었으나 현재는 70억 명으로, 4배 이상 증가한 반면, 식량 생산량은 하버 보슈 공정과 유전자 변형 식품의 등장으로 7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제 우리는 기아가 아닌 비만을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의 일부 지역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식량 부족과 기아 문제로 하루에 수십, 수백명이 사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식량의 생산만큼이나 식량의 합리적인 분배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부분이다.


질소의 순환. 인류는 하버-보슈 공법의 생태학적 영향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밖에도 인류는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인공적인 암모니아 합성은 결국 공기 중의 질소 기체를 이용하는 것이고 최종적으로 질산염의 형태로 농작물에게 뿌려진다. 대기 중 질소 기체의 양이야 워낙 많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양을 가져다가 암모니아 합성에 사용한다 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지만, 땅에 내려와 비료의 형태로 농작물에 뿌려지는 질소의 절대적인 양은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다. 농부들이 사용하는 질소 비료의 절반가량은 농작물에 흡수되지만, 나머지는 빗물에 녹아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 생태계 파괴 및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하버 보슈 공법이 활용되기 이전과 비교하였을 때 세계 주요 하천의 질산염 농도가 4~7배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식량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또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된 것이다.

과학의 두 얼굴

아무튼 간에 하버의 질소 비료 공정은 인류의 생명줄을 늘려 놓았고, 이를 현명하게 잘 이용하는 것은 다시 우리 인류의 몫이다. 또한, 과학자들의 연구가 전쟁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동시에 식량문제를 해결하여 수억 명의 사람들을 살리는 것을 보고 모든 과학의 발전에는 양면의 날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하버와 보슈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자의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참고문헌>

[1] 토마스 헤이거, 『공기의 연금술』, 반니, 2015년

[2] https://en.wikipedia.org/wiki/Haber_process

[3]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1918/haber/biographical/

[4]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1931/bosch/biographical/

[5] https://www.chemguide.co.uk/physical/equilibria/haber.html


<이미지>

[1] http://study.zum.com/book/15208

[2]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3822542

[3] https://humanprogress.org/article?p=1512

[4]https://www.theengineeringconcepts.com/haber-process-ammonia-manufacturing/


<동영상>

[1] https://www.youtube.com/watch?v=o1_D4FscMnU


Chemi 학생기자 박준혁

2019년 가을호

지식더하기

무기합성, 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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