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단맛을 모르는 이유, 사라진 미각 수용체 유전자
고양이는 설탕물과 맹물을 구별하지 못한다. 단맛을 느끼는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 하나가 고장 난 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먹이에 맞춰 감각이 사라지는 진화의 방식을 살펴본다.
편집부 · 2026년 11월 7일 · 읽는 데 4분
고양이가 단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단맛 수용체를 만드는 두 유전자 가운데 하나가 고장 나 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혀에서는 T1R2와 T1R3라는 두 단백질이 짝을 이루어 단맛 수용체를 만든다. 고양이에게는 T1R2를 만드는 유전자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중간에 염기 일부가 빠져 있어 단백질이 완성되지 않는다. 이 사실은 2005년 고양이 유전자를 분석한 연구로 밝혀졌다.
혀는 맛을 어떻게 알아차리나
혀의 맛봉오리에는 특정한 분자에 반응하는 수용체 단백질이 박혀 있다. 단맛, 감칠맛, 쓴맛은 세포막을 지나는 수용체가 분자를 붙잡으면서 신호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감지된다. 단맛 수용체는 T1R2와 T1R3가 짝을 이룬 것이고, 감칠맛 수용체는 T1R1과 T1R3가 짝을 이룬 것이다. 두 수용체가 T1R3를 함께 쓰고, 짝이 되는 단백질 하나만 다르다.
고양이에게는 T1R3와 T1R1이 멀쩡히 있어 감칠맛은 느낄 수 있다. 감칠맛은 고기 속 아미노산의 맛이므로, 고기를 먹는 동물에게는 꼭 필요한 감각이다. 반면 T1R2가 없으면 단맛 수용체가 만들어지지 않아, 설탕 분자가 혀에 닿아도 아무 신호가 생기지 않는다.
쓸모없어진 유전자는 망가진다
유전자는 세대를 거치며 조금씩 돌연변이가 쌓인다. 그 유전자가 생존에 중요하다면, 기능을 망가뜨리는 돌연변이를 가진 개체는 살아남기 어려워 그런 돌연변이가 퍼지지 못한다. 그러나 쓸모가 없어진 유전자는 망가져도 생존에 불리하지 않으므로, 돌연변이가 쌓이는 것을 막는 힘이 사라진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유전자는 형태만 남고 기능을 잃는다. 이런 유전자를 위유전자라고 부른다.
고양이과 동물은 거의 고기만 먹고 산다. 단맛은 과일과 꿀처럼 당이 많은 먹이를 알아보는 감각인데, 고기에는 당이 거의 없다. 단맛을 느끼는 능력이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게 되자, 그 유전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망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사자와 호랑이를 비롯한 다른 고양이과 동물에게서도 같은 유전자가 망가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 동물 | 주로 먹는 것 | 단맛 수용체 |
|---|---|---|
| 사람, 개 | 잡식 | 작동함 |
| 고양이, 사자, 호랑이 | 고기 | T1R2가 망가짐 |
| 바다사자, 돌고래 일부 | 물고기를 통째로 삼킴 | 단맛 수용체가 망가짐 |
다른 동물에게서도 일어난 일
단맛을 잃은 것은 고양이만이 아니다. 그 뒤 여러 육식 동물의 유전자를 조사한 연구에서, 바다사자와 물범, 수달의 한 종류, 하이에나의 한 종류 등에서도 단맛 수용체 유전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망가져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망가진 위치가 종마다 다르다는 것은, 이들이 공통 조상에게서 망가진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각자 고기 위주의 식성으로 바뀐 뒤 따로따로 잃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는 바다 포유류 가운데에는 단맛뿐 아니라 감칠맛 수용체까지 잃은 경우도 있다. 혀에서 맛을 볼 일이 거의 없으니 맛 감각 전체가 줄어든 셈이다. 같은 원리로, 먹이에 맞춰 감각이 사라지는 일은 진화에서 반복해서 나타난다.
그런데 왜 단 것을 먹을까
집고양이가 아이스크림이나 우유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단맛 때문이 아니라 지방과 단백질의 냄새, 그리고 감칠맛에 끌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고양이는 후각이 예민해, 먹이를 고를 때 맛보다 냄새에 크게 기댄다. 다만 사람이 먹는 단 음식에는 고양이에게 해로운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으므로, 고양이가 먹으려 한다고 해서 괜찮은 음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남은 질문
고양이과 동물이 단맛을 잃은 것이 고기만 먹게 된 결과인지, 아니면 단맛을 잃어 고기만 먹게 된 것인지는 순서를 단정하기 어렵다. 단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 동물은 과일에 덜 끌려 고기에 더 의존하게 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고양이 혀에는 쓴맛 수용체가 여러 개 남아 있는데, 거의 고기만 먹는 동물에게 쓴맛 감각이 어떤 쓸모가 있는지도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감각의 목록은 그 동물이 살아온 역사를 기록한 문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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