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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제일 쉬웠어요 – 월가를 점령한 물리학자들

9월 12일 업데이트됨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그 어떤 경제학자도 예측하지 못한 재앙이 다가온 것이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 에미레이트는 유가 절감으로 미국의 셰일가스 기업들을 망하게 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 결과 마이너스 유가에 도달하였었고 이로 인해 유가 경제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자금 2조원이 날라갔다는 통계가 있을정도로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이 뿐만 아니다. 대한민국 Top 2 항공사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은 COVID-19로 인해 현재 현대그룹에 넘어가게 생겼다. 이렇듯 국내외적으로 경제가 붕괴되고 있으며 예측하지 못한 현상에 그 누구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재앙이 또 오게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이런 현상을 예측할 수는 없는걸까? 이번 2020년 여름호에서는 경제가 제일 쉬웠던 물리학자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기존의 경제학을 뒤엎은 물리학자들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뉴욕의 다우존스 평균 주가가 하루 동안 508포인트, 전날에 비해 무려 22.6 %가 폭락하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이를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라고 부른다. 당시 호황 분위기 속에 주가 폭락의 조짐을 예측해낸 경제학자는 그 누구도 없었다.

뉴욕 주식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와 레온 왈라스(Marie-Esprit Leon Walras, 1834~1910) 이래 시장의 안정성과 수요-공급의 균형을 받들어온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 그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었다. 기존 경제학에서는 경제는 항상 완전한 평형 상태에 놓여있으며, 공급과 수요는 늘 정확히 일치하며, 주식 시장은 폭등이나 폭락으로 흔들리지 않으며, 그 어떤 회사도 시장을 독점할 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자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최상으로 만들어 내리라 믿고 있었다.

애덤 스미스

하지만 현실 경제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카오스(chaos)’ 상태에 가까우며 우리나라만 해도 작은 사건에 주식 시장은 폭등 혹은 폭락을 이어갈 정도로 불안정하다. 20세기 후반 복잡계 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하던 물리학자들은 기존의 경제학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던 경제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 물리적인 접근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손과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의 균형, 완전한 합리성 등 고전 경제학은 매우 정교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현실 경제는 레온 왈라스나 애덤 스미스가 꿈꾸었던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아니다. 이에 물리학자들은 인간 세상의 불합리성과 혼잡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고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패턴, 그리고 열린 가능성에 주목했다.


먼저 물리학자들은 경제학자와는 다른, 어떠한 관점에서 경제 현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복잡계 경제학’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패러다임은 경제를 ‘안정한 평형 상태에 놓인 시스템’으로 보지 않는다. 경제현상의 요소들이 음성 피드백(negative feedback)에 의한 평형, 환원주의적 분석만으로는 절대 설명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이에 물리학자들은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 시작의 비평형성, 그리고 불안정성을 인정한다. 물리학자들은 초기의 작은 차이가 나중에 큰 결과를 초래할수도 있을 만큼 시장은 불안정하며 합리적이지 않는 선택이 고착화되기도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모든 경제 주체를 합리적이지 않고 각자 개성과 특성을 가졌다고 인식한다.


그렇다면 먼저 물리학자들이 주장하는 복잡계 경제학의 근간이자 기본인 수확 체증의 법칙(increasing returns)에 대해 알아보자.

수확 체감 곡선과 수확 체증 곡선

먼저 수확 체감의 법칙(diminishing returns)은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늘어나는 수익성은 투자량에 못 미친다’는 이론이다. 비유를 해본다면 비료를 두 배로 쓴다고 해도 수확은 두 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확 체감은 어떤 회사나 상품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을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는 늘 다양하고 조화롭고 안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의 반대는 없을까. 스탠포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브라이언 아서(Brian W. Arthur)는 수확 체증의 법칙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수확 체증의 법칙의 예시라고 하는 유명한 사례가 있다.1970년대 중반, 비디오 녹화 재생 방식에는 VHS 방식과 베타 방식이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베타 방식이 VHS 방식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VHS 방식이 비디오 시장을 순식간에 점령해 버렸다. 그 이유는 초기 VHS 방식의 비디오 상점들은 운 좋게도 시장을 더 확보하고 있어서 기술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비디오 상점은 모든 비디오에 대해 두 방식을 모두 준비해 놓는 것을 싫어했고 소비자들은 새로 구입할 비디오가 나중에 사라져 버릴까봐 걱정했다. 사람들은 시장 점유율이 높은 선두 주자를 따라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하여 초기에는 두 방식의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선점 효과로 인해 결국 VHS 방식이 시장을 완전히 점령했고, 베타 방식은 비디오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수확 체증의 법칙의 다른 예시는 키보드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키보드는 QWERTY 표준 키보드 배열로 이뤄져 있다. 그렇다면 QWERTY 키보드 배열이 가장 효율적인 배열이어서 그럴까? 답은 ‘No’이다. 1873년 공학자 크리스토퍼 스콜스(Christopher Scholes)는 타이피스트들의 타이핑 속도를 늦추기 위해 QWERTY 배열을 고안했다. 당시 타자기들은 타이핑 속도가 너무 빠르면 뒤엉켜 자주 고장이 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밍턴 재봉틀 회사는 QWERTY 배열을 이용한 타자기를 대량 생산하였고 이로 인해 많은 타이피스트들은 이 표준 배열을 익히기 시작했다. 이에 실제로 이후 QWERTY 배열보다 더욱 편리한 Dvorak 배열이 등장했으나 금세 소멸되었다.

QWERTY 배열과 Dvorak 배열

이처럼 주류 경제학의 비현실적인 가정들을 제거하면 효율적인 하나의 균형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잡성 경제학에서는 초기 우연성과 과거 의존성에 따른 비효율적인 상태로의 고착, 복수 균형, 균형으로의 회귀가 아닌 증폭적 상호작용 등의 개념을 활용하여 경제를 새롭게 설명하고 있다.


복잡계 경제학은 아직 체계적인 패러다임을 갖추지 못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모델을 내놓고 있다. 미국 프레딕션사의 도인 파머(Doyne Farmer) 박사는 실제 시장의 특성을 가진 비평형 모델을 통해 ‘새로운 거래 전략’의 생성 과정을 연구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개인 유한한 정보만을 갖게 되어 이들이 다양한 전략을 선택해 거래를 하고 그 중 투자 이익을 남기는 개인들이 살아남아 새로운 거래 전략을 만든다. 이 모델에서의 시장은 상호 진화하는 거래 전략의 집합체이며 시장은 실제 생물들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아직 복잡계 경제학은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금융시장은 많은 특성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물리학자들, 주식시장을 점령하다.

현재 주식시장에는 일반 주식부터 선물이나 옵션 그리고 뮤추얼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이 개발되면서 증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주식 시장

18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증시가 국제 금융의 중심지가 되면서 다양한 시장 예측이론과 숱한 일화의 증권왕들을 탄생시켰지만 월스트리트에서도 ‘주가 예측’은 항상 막막하고 어렵다.


주식시장에 관한 최초의 수학적 연구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1900년에 프랑스 수학자 루이스 바슐리에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투기의 이론(Theory of Speculation)’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주가의 움직임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설명해낸 운동인 브라인 운동(brownian motion)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라운 운동 시뮬레이션

이런 바슐리에의 연구는 이제껏 비과학적이고 주먹구구식 분석에 그치던 주식 시장의 움직임을 조금 더 과학적인 시작에서 관찰하고 분석해낸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금융 수학이 실제로 금융 시장에서 실용적으로 적용된 시기는 바로 1970년대에 들어서이다. 금융 수학이 들어서면서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1973년, 블랙(Fisher Black)과 숄즈(Myron Scholes)의 ‘옵션 가격 결정 이론’이 등장했다. 이들은 바슐리에와 같이 주식 가격이 브라운 운동처럼 랜덤 워크 운동을 한다는 모형을 설정하고 ‘위험 없이 수익을 이자율 이상 올릴 수 없다’라는 가정 아래 옵션의 가격이 만족하는 방정식을 유도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는 물리학에서 도체 내 열 전달을 기술하는 ‘열전도 방정식’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었다. 이 방정식의 해는 물리학자들이 이미 이보다 100여 년 전에 풀어놓았었다. 블랙과 숄즈는 이를 모르고 해당 방정식의 해를 푸는데 매우 애를 먹었다고 하지만, 결국에 이는 옵션 가격의 세계적인 표준인 ‘블랙-숄즈 옵션 가격 모형’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물리학과 경제학 사이의 높은 벽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로켓 과학자’라고 불리는 미항공우주국(NASA) 출신 물리학자들이 월스트리트에 등장하면서부터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월스트리트가 물리학 박사들의 가장 큰 고용주’라는 농담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많은 물리학자들이 투자 회사나 은행에서 데이터 분석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뉴욕 월스트리트(일명 ‘월가’)

물리학자들이 증권가로 간 이유는 경제 분야에서 물리학자들의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전통적인 금융 이론은 고도로 다양화되고 복잡한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데 심각한 한계를 들어냈다. 많은 경제 현상이 비선형 복잡계와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물리학자들에게는 매려적인 도전이 되고, 이는 복잡하고 난해한 경제 현상을 풀 수 있을 희망을 가져다 준다. 경제 현상은 개인과 가정에서부터 다국적 기업, 국가 그리고 국가간 연합에 이르기까지 그 규모와 활동 범위가 다양하며 이들 경제 주체들의 상호작용이 경쟁과 연합의 원리를 근간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복잡성 과학과 카오스 이론, 컴퓨터 모델링 등이 경제학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데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추가적으로, 이론물리학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물리학분야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물리학자들이 증권가에 뛰어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특히 입자물리와 천체물리에서 이론을 전공한 물리학자들의 경우 박사 학위 취득 후 연구원이나 교수 외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할 수 없이 금융계나 컴퓨터 산업으로 옮겨간 물리학자들의 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대학의 물리학과 박사들의 직업 현황을 보면, ‘물리학을 버리고 서부로 갔다’라는 글귀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월스트리트의 거액 연봉 제의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렇다면 물리학자들은 금융가(혹은 증권가)로 뛰어들어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 그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주가 지수가 과연 무작위한가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금융 시장에서 자산 수익을 예측하는 문제는 50%의 확률보다 조금만 더 높아도 큰 돈을 벌 수 있기에 많은 회사들이 이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카오스 이론에 따르면 법칙에 의해 만들어진 신호도 그 법칙이 비선형적이라면 무작위하게 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주가 변동이 노이즈로 이루어진 예측할 수 없는 변수인지, 유한개인 변수로 표현할 수 있는 신호인지 알아보았고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완전히 랜덤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사한 구조를 되풀이하는 ‘프랙탈 신호’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추가적으로 주가를 모델링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변수는 10개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증명되었다.

현재 월가에 있는 물리학자들 근황

현재 물리학자들이 세운 금융 관련 벤처 회사들은 많은 성공을 하고 있다. 예로 Oisen and Associates(www.olsen.ch)의 창단 멤버인 마이클 다코로냐 박사는 제네바 대학에서 고체물리학을 전공한 물리학자이다. OANDA 패키지를 통해 다음날 환율의 등락을 60 % 이상의 확률로 예측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로 성공하고 있으며 응집물리학을 전공했으나 현재 경제물리학 분야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장 필립 부샤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설립한 회사인 Science & Finance는 모든 스태프가 물리학 분야에서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주가 동향 분석과 예측에 관한 연구와 시장 경제에 대한 거시적인 모델링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물리학자들이 과학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소문은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기분 좋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는 물리학분야에 충분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역설하기도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대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아직도 기본 중의 기본인 이론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물리학자들이 과학 외 다른 분야로 생계를 생각하여 ‘쫓겨나는 것’이 아닌 원하는 곳에서 편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참고문헌

[1]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2] LG 사이언스 랜드 : 주가는 예측할 수 없다?!

http://lg-sl.net/product/scilab/sciencestorylist/INSC/readSciencestoryList.mvc?sciencestoryListId=IQEX2014040009

첨부 이미지 출처

[1] CNBC 기사 : Stock market live Wednesday: Tech stocks rise, Dow falls 200, GDP –18%?

https://www.cnbc.com/2020/05/06/stock-market-today-live.html

[2] 위키피디아 국문/영문

https://www.wikipedia.org

[3] NAVER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

KOSMOS PHYSICS 지식더하기

작성자│홍원기

발행호│2020년 여름호

키워드│#복잡계물리학 #경제학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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