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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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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지만 다른 안개들을 따라서

공포 영화나 공포 게임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어두운 밤의 숲 속이나 비 내리는 밤의 오래된 대저택 같은 것들이 떠오르네요. 안개도 이런 호러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클리셰입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와 어두침침한 분위기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아주 효과적이거든요.


KONAMI사의 공포게임 〈사일런트 힐〉. 게임 배경은 항상 안개로 둘러싸여 있다.

그럼 혹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는 사자성어는 다들 들어보셨나요? 짙은 안개 속에 있어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어떤 일을 하면서 갈피를 못 찾고 방황하는 상태를 나타낸 사자성어입니다. 이처럼 생각보다 안개는 우리 삶에 가까이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때로는 영화와 게임에 등장해서 우리를 무섭게 하기도 하고, 두꺼운 안개로 인해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끔찍한 교통사고가 일어나기도 하죠.


2006년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29중 추돌사고. 사고 당시 안개로 인해 시정거리가 100m 안팎에 불과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안개들이 다 같은 안개가 아닙니다. 안개가 만들어지는 원리에 따라 복사 안개, 이류 안개, 전선 안개, 증기 안개, 활승 안개로 분류할 수 있어요. 다섯 가지나 되어서 복잡하겠지만, 하나하나 찬찬히 톺아보도록 합시다.


안개?

안개의 종류를 알아보기 전에 안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네요. 안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해 지표 가까이에 작은 물방울이 뜬 현상이에요. 구름도 작은 물방울이 뜨는 현상인데, 안개는 구름이 지표면에 붙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공기는 그 온도에 따라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의 최대치가 정해져 있어요. 이를 포화수증기량이라고 하고, 공기 온도가 높을수록 포화수증기량도 높아집니다. 포화수증기량을 넘어서는 수증기는 보통 물방울로 응결합니다. 구름과 안개는 이 과정을 통해 발생해요.


중요한 부분은 공기가 가진 수증기의 양이 어떻게 포화수증기량을 넘어서는가에 있어요. 이것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공기의 온도를 낮춰 포화수증기량을 떨어뜨리는 방법이 있어요. 포화수증기량이 낮아져서 현재 수증기량과 같아지는 온도를 이슬점이라고 해요. 반면 간단하게 외부에서 수증기를 공급받는 방법도 있어요. 수증기의 양이 늘어나서 포화수증기량에 도달하게 되면 응결이 시작됩니다.


공기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포화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안개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공기의 온도가 이슬점까지 냉각되거나 수증기량이 포화수증기량에 도달할 때까지 공급되어야 하는 것이죠. 편의를 위해서 온도 냉각을 1번, 수증기 공급을 2번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안개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볼까요?


복사 안개

세상 모든 물체는 각자 온도에 맞는 복사 에너지를 방출해요.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낮 동안 떠있던 태양이 지면, 지구는 계속 지구복사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지표는 천천히 식어가게 되죠. 느낌이 오시나요? 밤 동안 지구복사에너지 방출로 지표가 냉각되면서, 1번 방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안개를 복사 안개라고 합니다.


복사 안개가 잘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이 있어요. 먼저 구름이 없고 맑은 날이어야 합니다. 구름은 지구복사에너지가 우주로 방출되는 것을 방해해요. 두 번째로 약한 바람이 불어야 해요. 강한 바람은 지표가 충분히 냉각되는 것을 막고, 바람이 아예 불지 않으면 지표와 붙어 있는 공기만 냉각돼요. 적당히 약한 바람이 불어야 공기가 조금씩 섞여서 습기가 차가운 지면과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밤이 길어야 지표가 냉각되는 시간이 길어져서 안개가 잘 발생합니다.


차가운 공기가 골짜기에 모이고, 골짜기에 안개가 형성된다.

복사 안개는 일반적으로 아침에 사라져요. 복사 안개가 야간에 냉각된 지표에서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해가 뜨면 지표가 가열되면서 안개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류 안개

이류는 공기 등의 유체가 수평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류 안개도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수평으로 이동해 섞이면서 발생하는 안개예요.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가 차가운 표면 위로 이동했을 때에 온도가 낮아지면서 만들어지게 되죠.


바다가 가까운 지역에는 종종 안개가 발생해요. 바다 때문에 생기는 안개를 해무라고 하는데, 이 해무도 이류 안개의 일종입니다. 바다 위의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가 차가운 육지에 상륙하면 1번 방법에 따라 안개가 발생해요. 연안에 주로 발생해서 선박 운행이나 비행기 이착륙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2020년 6월 부산 바닷가. 강한 해무가 발생했다.

이류 안개, 특히 해무는 바다에서 불어온 습윤한 공기에서 만들어져요.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안개의 재료이기도 하고, 지표면은 대개 수면보다 따뜻하기 때문에 안개가 육지에 들어오면 얼마 안 가서 사라집니다.


전선 안개

전선 안개는 차가운 공기 층으로 따뜻한 비가 내리면서 발생해요. 따뜻한 비는 떨어지면서 증발해 공기 중에 수증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서 2번 방법으로 응결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샤워기로 뜨거운 물을 틀면 화장실 안이 뿌옇게 변하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전선 안개는 내리는 비가 증발하면서 만들어진다.

전선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공기 덩어리, 즉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만나는 경계입니다. 이 경계에서 구름이 만들어지면 비가 차가운 기단을 통과해서 내리게 되죠. 이 안개는 전선 주변에서 형성되는 안개라는 뜻에서 전선 안개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증기 안개

증기 안개는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수면 위로 이동할 때에 만들어집니다. 따뜻한 수면에서 물이 증발하는데 공기가 차갑다 보니 포화수증기량이 낮아서 조금만 수증기가 공급되어도 다시 응결해요. 따라서 안개는 2번 방법을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죠.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가 차가운 지표로 이동해 생성되는 이류 안개와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호수에서 증기 안개가 발생한다.
활승 안개

중력이 기체 분자를 지구로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에, 고도가 높아지면 기압이 낮아집니다. 기압이 낮아지면 기체는 팽창하고, 공기가 열 출입이 없이 팽창하면 그 온도가 낮아집니다. 활승 안개는 이런 과정을 통해 1번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안개예요.


특히 활승 안개는 주로 산에서 많이 생성돼요. 공기가 이동하다가 산을 만나면 경사를 따라 산을 타고 올라가게 되는데, 이때 기압이 낮아지고 단열팽창하면서 온도가 낮아지게 되는 것이죠. 꼭 산이 아니더라도 건물같이 공기가 기계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구조면 활승 안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산을 타고 오르며 단열팽창한 공기가 활승 안개를 만든다.
정리해보면

지금까지 총 다섯 종류의 안개를 알아보았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겠네요.


다섯 가지 안개

그리고 이 안개들은 생성되는 방법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기도 했습니다. 공기가 냉각되는 방법과 공기에 수증기가 추가되는 방법이죠.


두 분류의 안개
글을 마치며

어떤 칼럼에서 감각과 사고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진의 해상도를 높이면 점점 선명해지듯이, 걷다가 보인 단순한 가로수가 꽃이 활짝 핀 이팝나무로 보이고, 아파트 단지에 널려 있던 바위들이 희고 검은 편마암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죠. 여러분이 세상을 보는 해상도는 어떤가요?


그저 흐린 배경이었던 안개가, 이 글을 통해 선명하게 보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준혁 | Physics & Earth Sci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Essentials of Meteorology: An Invitation to the Atmosphere, 8th Edition – C. Donald Ahrens, Robert Henson

[2] 서울 기상센터 블로그 - https://blog.naver.com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post.naver.com

[2] https://www.hani.co.kr

[3] https://pixabay.com

[4] http://www.policetv.co.kr


ⓒ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K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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